갑자기 든 의문 기록


궁금한 게 있는데,”

지휘관은 듣던 이어폰을 빼며 비서함 히에이를 바라보았다.

, 말씀하세요.”

히에이는 업무를 보느라 바쁜 건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

지휘관이 뜸을 들이자 히에이는 지휘관 쪽을 바라봤다.

이런 질문하는 것도 웃긴데.”

뭔데요?”

히에이가 바라보자 지휘관은 왠지 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중앵 함선들 중에 귀가 네 개인 함선들은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어떻게 듣지?”

질문이 끝나자마자 히에이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 마!”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웃던 히에이는 웃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궁금하셨던 거예요?”

…….”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지휘관의 모습에 히에이는 다시 웃어보였다.

궁금하면 한번 물어볼까요? 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히에이는 아는 거 아니야?”

에이, 저도 잘은 모르죠. 특히나 저희 자매들은 귀 대신 이렇게 뿔이 있으니까요.”

그런가?”

그렇죠.”

히에이와 지휘관의 대화는 누군가의 노크소리에 잠시 끊겼다.

, 들어오세요.”

이번 달 과학부 연구 기획서다냥! 결재 받으러 왔다냥!”

아카시는 서류철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지휘관과 히에이의 시선이 동시에 아카시의 고양이 귀로 쏠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아카시.”

지휘관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 뭔데 이렇게 진지한 목소리로 부르는 거냥?”

그 있지, 궁금한 게 있어갖구.”

옆에서 듣고 있던 히에이는 다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 뭐냥? 히에이는 왜 이렇게 죽으려구 하냥?”

이번엔 지휘관도 웃음이 나오려고 하였다.

크흠! 아니 그게 뭐 별 건 아닌데, 혹시 아카시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을 때 어떻게 들어?”

?”

아카시는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휘관이 이렇게 쓸데없는 거에 관심을 가지다니지휘관도 수리가 필요한 거냥?”

제발, 아카시! 너무 궁금해. 한번만 알려줘!”

지휘관이 이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구냥.”

 

 


프린스 오브 웨일즈 사랑 대사로 짧은 글 쓰기 기록


……전 함, 발사!

 

또 그때다. 말레이 반도에서의 끔찍한 기억.

 

아아, 리펄스, 뱀파이어.

 

……뱀파이어! 여기는 내가 맡겠어! 리펄스를 부탁해!

 

이렇게 나는 다시금 무기력하게 동료를 떠나보내는구나.

 

……시대는 바뀌었다는 것인가……? 후후, 재밌군!

 

뭐지? 누구지?

가라앉는 와중에 뿌연 시아를 뚫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너의 손이었다. 뒤이어 너의 상반신 역시 보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일어나는 거품으로 너가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는 않았다. 그저 물속의 고요함 그 뿐.

그래. 너라면어쩌면.

이 정도 결말이면 됐다, 하면서 나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뻑뻑했다. 건조한 눈을 억지로 뜨려 하자 따끔거리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아랑곳 않고 눈을 서너 번 꿈쩍이자 그제야 서서히 이곳저곳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려우리만치 익숙한 나의 방, 그리고 나의 침대. 새벽녘의 잔잔한 햇빛이 옅은 커튼 사이로 주황빛 길을 카펫에 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와있었는지도, 어째서 이곳에 와있는지도 나는 도통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

곧 시선이 침대 옆면에 엎드려 자고 있는 지휘관에게로 향했다. 피곤했는지 아무것도 덮지도 않고 자는 모습이다. 엎어져 자고 있는 지휘관은, 못해도 지난밤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침대 옆 탁자에 쌓여 있는 지휘관의 서류 더미가 그러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의자에 걸쳐 있던 지휘관의 제복을 덮어 주었다. 인기척 때문이었는지 지휘관은 곧 깨어났다.

미안, 내가 너의 잠을 깨운 건가.”

아냐. 괜찮아.”

지휘관은 눈을 비비고서는 하품을 했다.

미안한 건 오히려 나인걸. 지휘관이나 돼서 부하를 혼수상태로 만들다니.”

그 말에 문득 나는 빙긋 하고 웃어보였다.

괜찮다. 나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지휘관, 너의 잘못이 아니다.”

아냐, 내가 해역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 더 크지.”

지휘관, 이렇게 가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다만.”

지휘관은 하하 하고 웃었다. 너의 웃는 모습, 왠지 안심이 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꿈속에서 언뜻 보았던 너의 모습과 지금의 너의 모습, 그리고 내가 알던 그 모든 너의 모습이 한데 뒤섞여 심장을 쿵쿵 울렸다. 금세 나는 얼굴이 붉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만에 일어난 거지?”

“3일이야.”

그렇게나 오래.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 건가?”

. 다들 웨일즈 너 덕분에 무사히 귀환했어.”

지휘관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날 있었던 일, 다 들었어. 세이렌의 공격으로부터 구축함 아이들을 지켜내고.”

나는 지휘관의 말을 가로막았다.

얘기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업적을 지휘관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때의 기억이 그 오래 전 악몽과 한데 엉켜 생생하게 다시 살아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아까 꾼 꿈의 마지막 부분이 떠올랐다. 나를 잡으려던 너의 손. 무슨 의미였을까?

잠시 적막감이 흐른다. 아스라한 곳에서 새 소리가 전해져 온다.

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대견하다는 듯이.

다시 생각해보면 그 손의 의미가 무엇이었든 간에, 중요한 건 나 스스로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안심이라. 네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그 비루한 악몽에서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왜일까. 또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자,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을 때.”

정정당당해지고 싶어서, 라고 다시 한 번 더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까. 피로감에 입이 제멋대로 내뱉는 말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든 간에 이 얘기를 나는 지휘관, 너에게 꼭 하고 싶어졌다.

꿈을 꿨다. 그때의. 지금 생각해봐도 절망할 만큼의 무력함에 고통 받는 꿈이었지. 하지만 눈을 뜨고 당신이 곁에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이걸로 좋을 듯한 느낌이 드는군…….”

지휘관은 멋쩍게 웃어 보이더니 말없이 나를 안아 주었다. 허리께를 감싸 안아 엉성한 자세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팔을 뻗어 지휘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고마워, 모든 것에 대해.”

나도 고마워, 웨일즈.”

 

……어쨌든, 지금만큼은,

 

오랜만에 씻고 같이 아침산책이나 갈까?”

아침은 먹을 수 있게 해주길, 지휘관.”

아니, 아침도 안 먹일 생각은 아니었다고.”

 

……이 행복감을 오래토록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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