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오브 웨일즈 사랑 대사로 짧은 글 쓰기 기록


……전 함, 발사!

 

또 그때다. 말레이 반도에서의 끔찍한 기억.

 

아아, 리펄스, 뱀파이어.

 

……뱀파이어! 여기는 내가 맡겠어! 리펄스를 부탁해!

 

이렇게 나는 다시금 무기력하게 동료를 떠나보내는구나.

 

……시대는 바뀌었다는 것인가……? 후후, 재밌군!

 

뭐지? 누구지?

가라앉는 와중에 뿌연 시아를 뚫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너의 손이었다. 뒤이어 너의 상반신 역시 보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일어나는 거품으로 너가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는 않았다. 그저 물속의 고요함 그 뿐.

그래. 너라면어쩌면.

이 정도 결말이면 됐다, 하면서 나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뻑뻑했다. 건조한 눈을 억지로 뜨려 하자 따끔거리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아랑곳 않고 눈을 서너 번 꿈쩍이자 그제야 서서히 이곳저곳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려우리만치 익숙한 나의 방, 그리고 나의 침대. 새벽녘의 잔잔한 햇빛이 옅은 커튼 사이로 주황빛 길을 카펫에 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와있었는지도, 어째서 이곳에 와있는지도 나는 도통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

곧 시선이 침대 옆면에 엎드려 자고 있는 지휘관에게로 향했다. 피곤했는지 아무것도 덮지도 않고 자는 모습이다. 엎어져 자고 있는 지휘관은, 못해도 지난밤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침대 옆 탁자에 쌓여 있는 지휘관의 서류 더미가 그러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의자에 걸쳐 있던 지휘관의 제복을 덮어 주었다. 인기척 때문이었는지 지휘관은 곧 깨어났다.

미안, 내가 너의 잠을 깨운 건가.”

아냐. 괜찮아.”

지휘관은 눈을 비비고서는 하품을 했다.

미안한 건 오히려 나인걸. 지휘관이나 돼서 부하를 혼수상태로 만들다니.”

그 말에 문득 나는 빙긋 하고 웃어보였다.

괜찮다. 나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지휘관, 너의 잘못이 아니다.”

아냐, 내가 해역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 더 크지.”

지휘관, 이렇게 가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다만.”

지휘관은 하하 하고 웃었다. 너의 웃는 모습, 왠지 안심이 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꿈속에서 언뜻 보았던 너의 모습과 지금의 너의 모습, 그리고 내가 알던 그 모든 너의 모습이 한데 뒤섞여 심장을 쿵쿵 울렸다. 금세 나는 얼굴이 붉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만에 일어난 거지?”

“3일이야.”

그렇게나 오래.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 건가?”

. 다들 웨일즈 너 덕분에 무사히 귀환했어.”

지휘관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날 있었던 일, 다 들었어. 세이렌의 공격으로부터 구축함 아이들을 지켜내고.”

나는 지휘관의 말을 가로막았다.

얘기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업적을 지휘관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때의 기억이 그 오래 전 악몽과 한데 엉켜 생생하게 다시 살아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아까 꾼 꿈의 마지막 부분이 떠올랐다. 나를 잡으려던 너의 손. 무슨 의미였을까?

잠시 적막감이 흐른다. 아스라한 곳에서 새 소리가 전해져 온다.

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대견하다는 듯이.

다시 생각해보면 그 손의 의미가 무엇이었든 간에, 중요한 건 나 스스로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안심이라. 네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그 비루한 악몽에서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왜일까. 또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자,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을 때.”

정정당당해지고 싶어서, 라고 다시 한 번 더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까. 피로감에 입이 제멋대로 내뱉는 말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든 간에 이 얘기를 나는 지휘관, 너에게 꼭 하고 싶어졌다.

꿈을 꿨다. 그때의. 지금 생각해봐도 절망할 만큼의 무력함에 고통 받는 꿈이었지. 하지만 눈을 뜨고 당신이 곁에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이걸로 좋을 듯한 느낌이 드는군…….”

지휘관은 멋쩍게 웃어 보이더니 말없이 나를 안아 주었다. 허리께를 감싸 안아 엉성한 자세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팔을 뻗어 지휘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고마워, 모든 것에 대해.”

나도 고마워, 웨일즈.”

 

……어쨌든, 지금만큼은,

 

오랜만에 씻고 같이 아침산책이나 갈까?”

아침은 먹을 수 있게 해주길, 지휘관.”

아니, 아침도 안 먹일 생각은 아니었다고.”

 

……이 행복감을 오래토록 느끼고 싶다.